벳푸 온천 처음 간다면 동선 짜는 방법

얼마 전 벳푸 여행 일정을 짜다가 온천 이름만 계속 늘어나는 걸 보고 잠깐 멈췄다. 역 근처에서 목욕만 할 수도 있고, 모래찜질이나 증기욕을 할 수도 있다. 유명한 지옥 순례까지 넣으면 하루가 금방 찬다. 벳푸 온천을 처음 간다면 가고 싶은 장소부터 고르기보다, 어떤 방식으로 온천을 즐길지 먼저 정하는 편이 동선 짜기 쉽다.
역 근처에서는 대중목욕탕으로 시작하기
벳푸역 주변에 숙소를 잡았다면 첫 온천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역에서 걸어서 약 5분인 후로센은 뜨거운 탕과 비교적 덜 뜨거운 탕이 나뉘어 있다. 벳푸 온천물이 낯선 사람이라면 온도를 골라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벳푸시 안내 기준 성인 입욕료는 250엔이다.
조금 더 오래된 건물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다케가와라 온천이 있다. 지금 건물은 1938년에 지어졌고, 높은 천장과 큼직한 지붕 덕분에 목욕 전후로 잠시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일반 목욕은 성인 300엔, 모래찜질은 1,500엔이다. 둘은 이용 방식과 요금이 다르니 입구에서 원하는 쪽을 말하면 된다.
공중목욕탕은 숙소 대욕장과 준비물이 다를 수 있다. 후로센에서는 수건과 세면용품을 별도로 판매하고, 다케가와라 온천도 필요한 물품을 따로 살 수 있다. 작은 수건과 세면용품을 챙기면 지출을 줄이기 좋다. 특히 하루에 두 곳 이상 들를 생각이라면 젖은 수건을 넣을 작은 봉투도 유용하다.
모래찜질과 증기욕은 각각 한 곳씩 고르기
벳푸에서만 기억에 남을 체험을 하나 고른다면 다케가와라 온천의 모래찜질이 눈에 들어온다. 유카타를 입고 누우면 직원이 온천열로 데운 모래를 몸 위에 덮어준다. 모래의 무게감과 따뜻함을 함께 느끼는 방식이라 평소 목욕과는 꽤 다르다. 벳푸시 안내에 따르면 예약은 받지 않고 현장에서 접수하며,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8명이다. 주말이나 여행 성수기에는 대기 시간을 일정에 넣는 게 편하다.
간나와 지역의 간나와 무시유는 물에 몸을 담그는 대신 온천 증기로 데운 공간에 들어가는 증기욕이다. 바닥에 깔린 풀 향이 나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현재 벳푸시 안내 기준 이용료는 700엔이고, 대여 유카타는 220엔이다.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가져가 이용할 수도 있다. 다케가와라의 모래찜질과 무시유를 모두 넣고 싶다면 오전과 오후로 나누고, 중간에 쉬는 시간을 넉넉히 두는 편이 좋다.
온천을 여러 번 이용할 때는 횟수보다 몸 상태가 중요하다. 벳푸의 공중목욕탕에는 뜨거운 물이 있는 곳이 많다. 탕에 들어가기 전 몸에 물을 끼얹고, 처음에는 짧게 들어갔다 나오는 식으로 온도에 적응하면 부담이 덜하다. 목욕 사이에는 물을 마시고 잠깐 앉아서 쉬자. 하루에 세 곳을 급히 도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한두 곳에서 여유를 갖는 쪽이 여행의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지옥 순례는 목욕과 다른 일정으로 생각하기
‘지옥’이라는 이름 때문에 온천에 들어가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지옥 순례는 뜨거운 원천과 수증기를 구경하는 관광이다. 공식 운영 안내상 모두 7곳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성인 공통 관람권은 2,400엔이다. 목욕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면 7곳을 무조건 채우기보다 보고 싶은 곳을 먼저 고르는 방법도 있다.
동선에서 중요한 숫자는 3킬로미터다. 우미지옥 주변의 5곳은 걸어서 둘러볼 수 있지만, 피의 연못 지옥과 다쓰마키 지옥은 그 구역에서 약 3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두 구역을 모두 방문한다면 중간 이동에 버스나 차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벳푸역 서쪽 출구에서 우미지옥 앞이나 간나와로 가는 버스는 공식 안내상 약 20분이 걸린다. 버스 배차와 귀가편은 당일 확인해두면 시간이 덜 급해진다.
간나와에서는 땅에서 솟는 증기를 음식에 쓰는 지옥찜도 만날 수 있다. 채소나 달걀처럼 간단한 음식을 먹고 동네를 걷다 보면, 이 지역이 온천물을 목욕 외에도 활용한다는 게 실감 난다. 지옥 순례와 증기욕을 같은 날 묶는다면 간나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역 근처 목욕은 저녁으로 미루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하루 일정은 이동보다 쉬는 시간에 맞추기
하루만 있다면 오전에는 역 주변에서 출발해 간나와로 이동하고, 지옥 순례나 지옥찜 중 하나를 먼저 즐기는 순서가 무난하다. 점심 뒤에는 간나와 무시유를 이용하거나 동네를 천천히 걷고, 저녁에 역 근처로 돌아와 후로센 또는 다케가와라 온천을 고르면 된다. 모래찜질이 가장 기대된다면 순서를 바꿔 오전에 다케가와라로 먼저 가도 좋다. 현장 접수라 대기 시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영 온천은 시설마다 쉬는 날과 청소 시간이 다르다. 예를 들어 후로센은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청소로 입욕할 수 없고, 다케가와라 온천은 매월 셋째 수요일이 휴관일이다. 간나와 무시유는 시기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벳푸시 시설 안내에서 방문 당일 운영 여부를 확인하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다. 입욕료도 바뀔 수 있으니 현금은 조금 여유 있게 준비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벳푸 온천의 매력은 이름난 곳을 전부 찍는 데만 있지 않다. 역 앞 작은 목욕탕에서 잠깐 쉬는 시간과 간나와 골목에서 증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이 서로 다른 재미를 준다. 일정에 빈칸을 조금 남겨두면, 마음에 드는 탕을 한 번 더 찾을 여유도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