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후 시차 적응을 쉽게 하는 방법

얼마 전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했는데, 저녁 식사 시간에 눈이 감기고 새벽 세 시에는 말똥말똥했던 적이 있어요.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자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몸이 아직 출발지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시차 적응은 도착해서 무작정 버티는 것보다 여행 전부터 수면 시간을 조금씩 옮기고, 현지의 낮과 밤에 맞춰 생활할 때 한결 수월해집니다.
출발 이틀 전부터 잠자는 시간을 조금 옮기기
시차는 여러 시간대를 빠르게 건너면서 몸속 시계와 현지 시간이 어긋나 생깁니다. 그래서 밤에 잠이 안 오거나 낮에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출발 전 2~3일 동안 수면 시간을 하루에 약 1시간씩 조정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동쪽으로 이동한다면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쪽으로, 서쪽으로 이동한다면 조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쪽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평소 밤 12시에 잠드는 사람이 동쪽으로 간다면 출발 이틀 전에는 밤 11시 30분, 하루 전에는 밤 11시쯤 침대에 드는 식이에요. 일정 때문에 어렵다면 30분만 옮겨도 좋습니다. 준비하느라 잠을 줄이는 것보다는 평소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게 먼저예요.
비행기에서는 도착지 시계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탑승한 뒤 시계를 도착지 시간으로 바꾸면 식사와 수면 시간을 판단하기 편해집니다. 현지 시간이 밤이라면 안대와 귀마개를 챙겨 잠을 청하고, 낮이라면 무리해서 오래 자지 않는 식이죠. 물론 비행 시간과 기내식 일정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아요. 시간을 완벽하게 맞추려 애쓰기보다 도착 후 첫날 밤에 잘 수 있도록 컨디션을 남겨둔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물도 조금씩 마셔두는 편이 좋아요. 다만 물을 많이 마신다고 몸속 시계가 빨리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술은 잠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껴져도 수면이 중간에 끊기기 쉽고, 커피를 늦게 마시면 현지 밤에 잠들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기내에서 피곤하다면 술로 잠을 청하기보다 눈을 감고 쉬는 편이 낫습니다.
도착한 날은 현지의 낮과 밤을 따라가기
현지에 오전이나 낮에 도착했다면 숙소에 짐을 두고 밖으로 잠깐 나가보세요. 빛은 몸속 시계가 새로운 시간에 맞춰지는 데 중요한 신호입니다. 가볍게 걷고 현지 식사 시간에 밥을 먹으면 하루의 흐름을 잡기도 쉬워요. 다만 시차가 아주 크면 빛을 쬐기 좋은 시간도 이동 방향과 도착 시각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조건 새벽부터 강한 햇빛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낮잠이 꼭 필요하다면 알람을 맞춰 20~30분 정도만 자는 게 좋습니다. 오후에 두세 시간씩 자고 나면 정작 현지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수 있거든요. 첫날 일정도 조금 느슨하게 잡아두면 편합니다. 중요한 회의나 장거리 운전을 도착 직후에 넣기보다, 가능하다면 잠을 한 번 자고 움직이는 편이 집중력을 챙기기 쉽습니다.
밤에는 방 조명을 낮추고 휴대전화 화면을 오래 보지 않는 쪽이 좋습니다. 커피나 에너지음료는 잠들 예정인 시간보다 최소 6시간 전에는 멈추는 게 무난해요. 도착한 날 저녁에 졸음이 쏟아져도 너무 이른 시간부터 길게 자면 새벽에 깰 수 있으니, 가능한 범위에서 현지 취침 시간에 맞춰보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여행이라면 계획을 다르게 잡기
현지에 2~3일만 머문다면 몸을 완전히 새 시간에 맞추려다 귀국 후 다시 적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이런 짧은 여행에서는 평소 식사와 수면 시간을 크게 바꾸지 않는 방법도 제시해요. 출장처럼 일정이 빽빽하다면 현지에서 꼭 깨어 있어야 하는 시간을 먼저 확인하고, 그 시간에 맞춰 잠과 휴식을 배치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멜라토닌이나 수면제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 텐데요. 복용 시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고 다른 약과 함께 먹을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평소 약을 먹고 있거나 임신 중이라면 여행 전에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해요. 시차 적응의 기본은 약보다 수면, 빛, 현지 시간에 맞춘 생활에 있습니다.
여행 첫날 몸이 느리게 따라온다고 해서 일정을 망친 건 아니에요. 저는 도착한 날만큼은 계획을 조금 비워두고, 낮에는 걷고 밤에는 쉬는 쪽이 여행을 더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느꼈습니다.
